유리의 성

사람사이의 관계는 조그만 충격에도 금이 가고 깨지기도 하는 유리같은 것이 아닐까?
유리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듯 사람마다 수많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강하고, 어떤 것은 또 쉽게 부서지기도 한다.
충격을 받으면 금이 가고, 비록 깨지지 않아도 이 흠은 영원히 남아 있다.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금이 가는 일이 생겼을 때 비록 계속 그 관계는 유지되더라도 그 때 있었던 일은 영원히 앙금으로 남아 치유될 수 없듯이.
만약 그 보다 더 한 충격을 받으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한 번 깨진 유리는 녹여서 다시 재활용하지 않는 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도 살면서 이러한 "돌이킬 수 없는" 인간관계의 끝을 몇 번씩이나 경험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유리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는 사랑이란 유리로 된 성과 같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고, 특히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누구나 이런 아름다운 유리의 성을 마음속에 짓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성보다도 가장 약하고 금이 가는 순간 한번에 깨져서 무너져버리는 성이 유리의 성이 아닐까. 정말 화려하고 장려한 커다란 성일지라도, 그 어떤 사람의 마음도 뺏어갈 아름다움을 가진 성이라도 어느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서 그 안에 살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만큼 위태로우면서도 황홀한 것은 없지않나싶다.

재미난 것중에 루퍼트공(公)의 눈물 (Prince Rupert's Drop)이란 것이 있다.

올챙이 모양의 유리인데 재미난 건 머리쪽인 C는 망치로 아무리 두들겨도 깨지지 않지만 꼬리쪽에 해당하는 A부분은 살짝 부러지거나 심지어 긁히기만 해도 몸 전체가 산산조각이 난다고 한다.
인간관계로 치면 굉장히 강한 유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부모-자식간, 혹은 부부간의 인연.

그렇지만 이런 강한 유대에도 언제나 꼬리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조금만이라도 상처입었다간 관계는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누구나 아무리 유대가 강한 인간관계이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고 자기만이 간직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충격이 오는 순간 아무리 강한 유대관계라도 종말로 치닫는다. 다만 서로간의 노력과 이해를 통해 그 꼬리부분을 짧게 줄이고 보호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유리하니까 생각난 것인데, 뫼비우스의 띠처럼 표면과 이면이 동일한 클라인씨의 병이란게 있다.

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부에 있고 내부를 헤매다보면 다시 겉으로 돌아온다. 즉 겉과 속이 구분되지 않는 병이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언제나 한결같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상대방들에게 원하는 최소한의 희망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그럼 오해라는 치명적인 흠집을 최소화하면서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관계를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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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유리, 유리의성, 루퍼트, 클라인

헤르만 헤세 '싯타르타'

가장 중요한 것, 오로지 딱 한가지 중요한 것을 모른다면,
다른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그는 이 사람이, 자기 아들에 대한 이 맹목적인 사랑이,
일종의 번뇌요, 매우 인간적인 어떤 것이라는 사실과,
또한 이 사람이 윤회요, 흐릿한 슬픔의 원천이요,
시커먼 강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는 이와 동시에,
그 사랑이 가치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랑이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자신의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느꼈다.
이러한 고통도 맛보고 싶었으며,
이런 어리석은 짓도 저질러 보고싶었다.

불완전한 사랑(Incomplete Love)의 원인과 처방

불완전한 사랑(Incomplete Love)의 원인과 처방

l'amour incomplète


가을사랑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이성을 정열적으로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Love is said to be wondering what he(she) is doing now.' 라고 한다.

이 말이 의미하듯이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방이 어떤 상태에 있고, 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그게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에는 아가페 사랑과 에로스 사랑이 있다. 아가페 사랑은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사랑을 뜻한다. 섹스 보다는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에로스는 사랑의 신으로서 로마 신화에 나오는 큐피트를 말한다. 큐피트는 정열의 신으로서 등에 날개가 달려있고 활과 화살을 지니고 다니는 미소년으로 묘사된다.

사랑의 신인 큐피트는 두 가지 화살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심장을 향해 쏜다. 큐피트가 쏜 황금촉 화살을 맞게 되면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곧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납으로 되어 화살을 가슴에 맞으면 차가운 마음을 가지게 되고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사람은 사랑을 느끼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한다.

완전한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향에 불과하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사랑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원죄를 타고 났기 때문에 그 자체의 속성상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

욕심이 많고, 남을 원망하고, 은혜를 저버리기도 한다. 자존심이 강하고, 교만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남을 사랑하고,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결혼한 후에 후회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결혼하면 모든 것이 핑크빛으로 변해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실제 결혼생활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엄청난 괴리가 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에 발을 담군 채 세파에 시달리면서 가정이라는 작은 돛단 배의 노를 함께 저어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힘든 일이 쉬운 일보다 더 많다. 감정의 기복을 참아야 하고, 서로가 양보해야 하며, 자신을 희생해야 강한 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흔들리게 된다. 서로 짜증나고, 싫증나고 피곤한 생활이 된다. 결혼이 행복의 보증서가 아니라 불행의 이행각서가 되는 것이다.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지만, 결혼한 후에 그 사랑이 불완전한 형태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랑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은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싶은데 상대는 그렇지 않다. 돈을 좀 덜 벌고, 덜 출세를 해도 사랑을 가득 품고 살고 싶은데 상대방은 돈에 혈안이 되어 있고, 출세에 목을 걸고 집안을 돌보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른 경우에 사랑은 불완전하게 된다. 사랑을 무시하는 사람은 삭막한 사막을 걸어가는 것이고,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은 오아시스에서 머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사막과 오아시스는 장소적으로 근접해 있어도 하늘과 땅의 차이다.

둘째,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경우에 사랑은 기울게 된다. 한쪽은 신앙심을 돈독하게 가지고 경건하게 살고 싶은데 상대는 술에 중독이 되고, 부정직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고 싶고, 의리도 없는 경우다.

사람에 따라서는 물질 보다 정신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덕적인 수준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난다. 이와 같은 정신적 가치와 도덕적 수준에 있어서 차이가 크게 나면 부부는 사사건건 의견충돌로 이어지고 부부싸움을 자주 하게 된다.

셋째,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이 결여되는 경우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사랑에 대한 배신을 쉽게 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죄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음란귀신이 붙어 바람이나 피고 돌아다닌다. 사랑은 그 자체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특이한 존재다.

사랑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우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랑은 매우 순수한 상태에 있기만을 고집한다. 사랑은 다른 사랑과의 동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랑은 강한 질투심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질투심은 사랑 자체의 존재를 무너뜨리는 화염과도 같다. 질투 때문에 사랑은 파괴되고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질 위험이 있다.

넷째, 양쪽의 수준이 차이가 나고, 능력이 없어지면 문제가 된다. 빵이 있어야 생존이 유지된다. 현실성이 없는 사랑은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해 진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랑의 세계에서도 자신감을 상실하고 발언권이 없어진다. 현실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은 동정심의 수준으로 낮아지고, 연민의 정으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섯째,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배려, 감동을 줄 수 있는 자세를 상실하는 것이 문제다. 사랑은 빵을 필요로 하지만, 빵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사랑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멋도 알아야 하고, 성격을 부드럽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독서도 해야 하고, 문화 예술에도 취미를 가져야 한다. 결혼기념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야 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정성을 표시해야 한다.

여섯째, 사랑은 계속해서 확인되지 않으면 소멸한다.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 사랑은 어디론가 떠나가 버린다. 사랑은 밤낮없이 계속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시간이 가면서 사랑은 불완전해진다. 사랑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며 변질된다. 희미해진 사랑은 다시 복원시키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식은 사랑을 다시 뜨겁게 만든다는 것은 그 어떤 연료로도 가능치 않다.

사랑은 한번 떠나면 다시 그 사람의 가슴에 큐피트의 화살을 쏘아 맞추지 못한다. 사랑의 화살이 한번 박혔던 그 과녁에는 똑 같은 화살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사랑이 불완전한 상태가 아닌지 지금 당장 점검하라. 자신의 사랑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벼운 감기가 걸린 것인지, 아니면 말기 암의 증세를 보이고 있는지 정밀하게 확인하라. 그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하거나 수술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사랑은 당신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