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ept 2011

유리의 성



사람사이의 관계는 조그만 충격에도 금이 가고 깨지기도 하는 유리같은 것이 아닐까?
유리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듯 사람마다 수많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강하고, 어떤 것은 또 쉽게 부서지기도 한다.
충격을 받으면 금이 가고, 비록 깨지지 않아도 이 흠은 영원히 남아 있다.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금이 가는 일이 생겼을 때 비록 계속 그 관계는 유지되더라도 그 때 있었던 일은 영원히 앙금으로 남아 치유될 수 없듯이.
만약 그 보다 더 한 충격을 받으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한 번 깨진 유리는 녹여서 다시 재활용하지 않는 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도 살면서 이러한 "돌이킬 수 없는" 인간관계의 끝을 몇 번씩이나 경험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유리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는 사랑이란 유리로 된 성과 같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고, 특히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누구나 이런 아름다운 유리의 성을 마음속에 짓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성보다도 가장 약하고 금이 가는 순간 한번에 깨져서 무너져버리는 성이 유리의 성이 아닐까. 정말 화려하고 장려한 커다란 성일지라도, 그 어떤 사람의 마음도 뺏어갈 아름다움을 가진 성이라도 어느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서 그 안에 살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만큼 위태로우면서도 황홀한 것은 없지않나싶다.

재미난 것중에 루퍼트공(公)의 눈물 (Prince Rupert's Drop)이란 것이 있다.

올챙이 모양의 유리인데 재미난 건 머리쪽인 C는 망치로 아무리 두들겨도 깨지지 않지만 꼬리쪽에 해당하는 A부분은 살짝 부러지거나 심지어 긁히기만 해도 몸 전체가 산산조각이 난다고 한다.
인간관계로 치면 굉장히 강한 유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부모-자식간, 혹은 부부간의 인연.


그렇지만 이런 강한 유대에도 언제나 꼬리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이 조금만이라도 상처입었다간 관계는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누구나 아무리 유대가 강한 인간관계이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고 자기만이 간직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충격이 오는 순간 아무리 강한 유대관계라도 종말로 치닫는다. 다만 서로간의 노력과 이해를 통해 그 꼬리부분을 짧게 줄이고 보호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유리하니까 생각난 것인데, 뫼비우스의 띠처럼 표면과 이면이 동일한 클라인씨의 병이란게 있다.



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부에 있고 내부를 헤매다보면 다시 겉으로 돌아온다. 즉 겉과 속이 구분되지 않는 병이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언제나 한결같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상대방들에게 원하는 최소한의 희망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그럼 오해라는 치명적인 흠집을 최소화하면서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관계를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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